칼, 총을 좋아하면 폭력적이다?!
상담을 하면서 제일 많이 듣는 걱정은 아들이 총과 칼싸움을 하는 것이 폭력적이기 때문이 아닐까 입니다.
가끔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을 관찰하곤 합니다.
특히 남자아이들은 손에 무언가 집히는 것이 있으면 바로 칼로 변하거나 총으로 변합니다. 시대를 막론하고 아이들이 꼭 하는 놀이가 있다면 바로 ‘전쟁놀이’인 것도 이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특히 여자아이들은 술래잡기나 서로 함께 뛰어다니는(?) 반면 남자아이들은 꼭 편을 나누고 누군가를 쏘거나 쓰러져야 합니다.
이런것이 아이들이 어릴 적부터 폭력성이 내재되어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아이들, 특히 남자아이들이 총과 칼을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먼저 남자아이들은 여자아이들에 비해 말보다는 행동이 먼저입니다.
선생님이, 어머니가 무언가를 아들에게 가르칠 때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듣는 아이들은 드뭅니다.
어느 순간 손이 먼저 도구에 가서 “제가 한번 해볼래요” 라고 하면서 행동이 앞섭니다.
신체적으로도 소근육보다는 운동근육이 여자아이에 비해 먼저 발달합니다.
또한 말하는 능력은 그에 반해 여자아이들이 훨씬 월등합니다.
“너 왜 이랬어” 라는 부모님의 다그침에 아무말도 못하는 경우가 많은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자신의 감정을 차분히 말하는 남자아이는 드뭅니다. 대부분 울어버리거나 아무말도 안해서 어머니의 가슴을 더 답답하게 합니다.
이런 차이점에서 남자아이들이 신나게 친구와 신나게 ‘수다’를 떨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요? 바로 전쟁놀이입니다.
전쟁놀이에는 다음과 같은 이점이 따릅니다.
1. 함께 스토리텔링을 즐길 수 있다.
-전쟁놀이는 시대를 따라 내용이 달라집니다. 요즘은 좀비나 신비아파트의 귀신이 나쁜역할을, 아이언맨이나 배트맨이 착한역할을 맡습니다. 서로가 좋아하는 이야기를 신나게 나늘 수 있는 것이 바로 전쟁놀이 입니다.
2.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아도 된다.
-남자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말하는 것에 서툽니다. 또한 자신이 좋아하는 내용만 말하기를 원합니다. 전쟁놀이는 자신이 가장 재미있는 내용만 말하면 됩니다.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입에서 ‘피융~!” “크아아아” 등의 의성어 만으로도 충분히 ‘대화’ 할 수 있습니다.
3. 몸을 신나게 움직일 수 있다.
-남자들은 친구랑 만나서 하는 일 중 하나가 게임을 하거나 당구장을 가는 등 무언가 활동적인 일을 합니다. 게임은 나 대신 아바타가 대신 전장을 누비고 당구장에서는 온 몸을 사용해 공놀이를 합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놀이터에서 조용히 앉아서 이야기하는 남자아이들은 본 적이 없습니다. 모래가 있으면 땅을 파고 나뭇가지가 있으면 꼭 칼싸움을 합니다. 꼭 몸을 움직여야 합니다. 이러한 신체적인 움직임이 그동안 쌓여 있던(?) 스트레스를 해소시켜 주고 소통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켜 줍니다.
결론적으로, 전쟁놀이는 곧 대화입니다.
물론 친구와 놀다가 다칠수도 있고 과격한 친구가 다른 아이를 때릴 수 있습니다. 이 때 필요한 것은 놀이에 규칙을 정하는 것입니다. 상대방에게 필요이상으로 상처받게 하지 않는 것입니다. 우리가 대화할 때도 상황에 맞지 않는 주제를 꺼내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결국 우리 아들들이 칼싸움을 하고 총을 쏘는 행위는 신나게 말하는 것입니다. 이런 신나는 대화를 단지 폭력적으로 보인다고 해서 막는다면 입을 막는 것과 같습니다.
반대로 듣는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죽는 것입니다. 얼마나 고통스럽게, 리얼하게 죽느냐가 바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얼마나 잘 듣는가 입니다.
우리도 대화할 때 상대방의 말에 맞장구를 적절히 친다면 상대방은 고마움을 느끼며 더 신나게 이야기 합니다. 미국 시트콤을 보면 여자 배우가 다른 친구에게 충격적인 사실을 털어놓으면 두 눈을 동그랗게 해서 손을 입으로 막으며 “오 마이 갓!” 이라며 다소 오바하는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리얼한 리액션이야말로 상대방에 대해 얼마나 경청하고 있는가와 같습니다.
이제 정리하겠습니다.
칼과 총은 대화의 도구입니다. 그리고 상대방에게 필요이상으로 상처를 가한다면 폭력이 맞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언어폭력’ 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부모님들은 전쟁놀이를 할 때에 규칙을 가르쳐 줄 필요가 있습니다. 얼굴을 때리지 않는다는가 필요이상의 힘을 때리는 데 사용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런 규칙을 잘 지키는 아이가 나중에는 대인관계도 원만해 집니다. 마치 직장인이 사회생활을 잘하는 것과 같습니다.
앞으로 아들을 볼 때 전쟁놀이를 너무나 하고 싶어한다면 이렇게 생각하세요.
‘이 녀석, 정말로 말하고 싶어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