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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하나여도 힘든데 셋을 가진 어머니를 만났습니다.
두 아이는 동시에 성향파악 들어가고 그나마 한 아이는 너무 어려 어머니와 떨어지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머니는 몹시 지친 표정이었습니다. 사실 2년전에도 한번 뵌적이 있었는데 그 때도 에너지 높은 아들을 데리고 등원하는 것이 힘들어 오래 등원하지는 못했습니다.

2년이 지난 세월 가운데서도 어머니는 피곤해 보이지만 동시에 강인함이 엿보였습니다. 
셋째 막내를 업은채로 내 상담결과를 듣는 어머니의 표정에는 피곤함이 가득했지만 눈빛만큼은 빛나고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아들에 대한 짜증보다 아이들에게 충분히 놀아주지 못한 미안함과 아버지도 바빠 제대로 에너지를 풀어주지 못한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가득했습니다.

게다가 어머니는 사교육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학원에 아이를 맡기기 보다 본인이 직접 교육을 해야 한다는, 요즘 보기 드문 교육관을 가진 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들이 아버지와도 잘 놀지 못하고 동생에게 어머니의 사랑을 빼앗긴 형의 스트레스, 본인의 부담감 등 행여나 본인의 교육관이 잘못된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도 하셨습니다.

그 때 이런 말을 했습니다.

“어머니, 제가 예전에 읽은 책 중에 악동뮤지션 부모님이 쓴 책이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악동뮤지션 부모님도 홈스쿨링을 고집했습니다. 물론 풍족하지 않은 집안 환경때문이기도 하지만 부모님의 교육관은 어떤 일도 무조건 가족이 함께 경험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돈이 없을 때는 그저 몽골의 벌판을 걷고 또 걸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다 밤하늘에 별이 빛나면 가족이 다 함께 바라보며 그저 그렇게 아이들과 함께 했습니다. 그리고 성공하고 나서 수혁이가 아버지에게 감사하다고 했을 때 아버지는 오히려 아이들에게 사과를 했습니다. “미안해. 사실 나도 너희들에게 좋은 것을 해주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아버지에게, 어머니에게 자신들은 최고의 교육을 받고 자랐다고 했습니다.”

이 말을 드리자 어머니의 눈이 흔들렸습니다. 무언가가 어머니의 마음을 두드린 것 같았습니다. 수많은 피곤함 때문일수도, 아이들의 대답에 감동을 받은 것일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머니가 지금 일관하고 계시는 교육관이 결코 틀리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아이와 함께 경험하는 것, 비록 아버지처럼, 남자 선생님들처럼 강한 에너지를 해소해 주지는 못할지라도 항상 옆에서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한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어머니께 이런 말씀을 드렸습니다.

“어머니, 지금 아들은 어머니께서 아시는대로 스트레스와 에너지가 많이 쌓여 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께서는 한계가 있습니다. 지금 다 못해준다고 해서 자책하지 말아주세요. 하실 수 있는 만큼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행여나 수업을 하게 된다면 무언가를 가르치기 전에 먼저 놀기부터 하겠습니다. 어머니의 교육관처럼 지금은 아이의 에너지를 ‘들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이는 온 몸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것을 말하기 보다 먼저 들어야 하는 것입니다.”


남자 아이들은 몸으로 말합니다.
단지 못 놀아서 스트레스가 쌓인 것이 아닙니다. 
하고 싶은 말을 몸짓으로 표현하지만 누군가가 효과적으로 몸으로 듣지 못하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쌓이는 것입니다.

아들의 언어란 그렇습니다. 카페에 가서 조잘조잘 서로 수다를 떤다면야 얼마나 행복할까요. 하지만 현실은 노키즈존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때로는 아예 아들을 무시하고 뛰어다니거나 혼자서 소리치도록 내버려 두기도 합니다. 이해합니다. 저도 수업시간 90분을 간신히 버티는 아이들이 있느데 24시간 부모님과 있다보면 아마도 가만히 있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다만 떠들고 뛰어노는 것을 하나의 언어라고 생각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무언가 전달하고 싶고 누군가 들어주었으면 좋겠다는 
강렬한 몸짓,
강렬한 신호,
강렬한 외침임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결코 어머니를 화나게 하고 힘들게 하려는 의도는 없다는 것을 말입니다.



이후에 어머니는 두 아이를 등록시키고 가셨습니다. 신나게 떠들며 돌아가는 아들들과 업힌 막내동생을 보며 어머니의 뒷모습을 봤습니다. 

누구에게 맡기지 않고, 오직 본인의 힘으로 아이들과 함께 배우고 싶다는 어머니의 의지가 온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 같았습니다. 어머님,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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