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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잃을 것이 없을 때가 제일 강한 때이다.
가끔 수업을 하다 보면 아이들에게서 삶의 깨달음(?)을 배울 때가 있습니다.
이기기 위해 어떻게든 노력하는 모습,
놀기 위해서 지금 만드는 일에 전력을 다하는 모습,
사소한 것에서도 재미를 찾는 모습 등
여러가지 행동이나 말 속에서 아이들은 저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려줍니다.
어제도 여느때처럼 아이들과 만들기와 놀기를 하면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한 아이는 몹시도 놀고 싶어했습니다. 항상 노는 것에 굶주린 듯 놀 것들을 찾고 친구들과 즐겁게 노는 것이 삶의 목적인 것 처럼 보이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그 날도 아이는 무엇이든 만들어 놀고 싶어했습니다.
"칼 만들어서 선생님과 싸워볼까?"
"예!!!"
그 즉시 아이는 칼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보통 칼을 만들 때 아이들은 무조건 크게 만듭니다. 선생님은 나무 재료를 주면서 튼튼하게 만들어야 선생님의 칼을 이길 수 있다고 해주지만 대부분은 빨리 놀고 싶은 아이는 대충 나무를 이어서 만듭니다.
이 날은 아이는 선생님 칼을 이기기 위해 최대한 노력해서 만들었습니다. 손잡이 부분부터 나무재료를 덧입혀서 절대로 부서지지 않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칼의 끝 부분으로 갈수록 마음이 급했는지 나무재료를 붙이지 않았습니다. 분명히 싸우면 아이의 칼은 또 부서질 것처럼 보였습니다. 반면에 선생님의 칼은 일명 '도살자의 칼'이라고 불리우는, 사실상 절대로 부술 수 없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칼의 모든 부분을 튼튼한 나무로 감싸서 만들었기 때문이지요.
싸움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무승부가 되었습니다.
아이는 신나게 싸웠습니다. 처음에는 그렇저렇 견디던 칼이 나무로 전체로 감싼 선생님의 칼과 부딪힐 때 마다 조금씩 부서졌습니다. 결국 어느 순간 아이의 칼에서 나무를 덧대지 않은 부분이 날라가 버렸습니다. 결국 반토막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보통 아이 같으면 바로 토라지거나 새로운 칼을 만들거나 심할경우 울텐데 이 아이는 오히려 반가워 했습니다.
계속 싸웁니다. 아이의 칼은 점점 짧아집니다. 결국 원래의 3분의 1만 남은 채 손잡이와 그나마 초반에 강하게 만든 나무 부분만 남았습니다. 사실 저 부분은 나무로만 만들었기에 더 이상 부러질 수 없는 부분입니다.
즉, 더 이상 부러질게 없는 상태였습니다. 보통은 이정도까지 오면 포기할만 한데 아이는 이렇게 말합니다.
"우와! 드디어 칼이 제일 강해졌다!! 선생님 계속 싸워요!"
이 말을 들으면서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아이를 보면 더 이상 잃을게 없는 상태까지 온 것입니다. 보통 이정도 까지 오면 선생님 칼을 보며 그만두기 마련인데 아이는 드디어 선생님 칼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왜냐면 아이도 이제 더 이상 부러질 부분이 없기 때문입니다.
더 이상 부러질 부분이 없다 = 더 이상 잃을게 없다. = 제일 강력해지는 순간
이러한 공식이 제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쥐도 궁쥐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어쩌면 제일 용감해지고 강력해 지는 순간은 더 이상 자신에게 잃을것이 없다는 때가 아닐까요. 그 순간은 바로 나에게 더 이상 부러질 것이 없고 온전한 손잡이, 즉 순수한 자기 자신만 남아있을 때가 아닐까요.
이후에 아이는 온 힘을 다해 저와 싸웠습니다. 놀랍게도 선생님 칼도 점점 부서지기 시작합니다. 같은 나무재료끼리 부딪히니 서로 대등한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다른 아이들의 수업도 진행해야 했기 때문에 무승부로 끝났습니다.
수업을 끝마치고 나서도 제 머릿속에 아이의 말이 계속 맴돌았습니다.
"우와! 드디어 칼이 제일 강해졌다!"
제 자신이 제일 강해질 때는 화려한 겉모습을 갖출 때가 아니라 더 이상 부러질 게 없는 내 순수한 마음만 남아있을 때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남에게 강하게 보이기 위해서 갖추는 여러 조건들, 또 스스로도 강하다고 안도하기 위해서 갖추는 많은 장치들은 정말 위기가 찾아올 때 반토막이 나고 또 반토막이 납니다.
마지막에 남는 것은 결국 손잡이, 즉 나의 순수한 열정, 희망, 의지 일 것입니다.
비록 초라하고 상대방으 공격하기에 터무니 없이 짧은 길이일 수도 있지만 마지막까지 나를 지켜주는 것은 바로 그 손잡이 부분인 것입니다. 그 때서야 비로소 싸울 조건이 갖춰지는 것이겠지요.
여기서 또 재미있는 일이 있었습니다.
선생님과 아이의 그런 엄청난 열기와 혈투(?)를 본 다른 아이들도 갑자기 자기가 만들던 작품을 뒤로 한 채 칼 만들기에 열중했습니다. 한 아이의 열기가 다른 아이들에게도 퍼진 것입니다. 당연히 교실의 열기도 이전보다 한껏 올랐습니다. '열정이란 이런 경로로 퍼지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도 하는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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