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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은 좋아하는 것만 깊게 파는 특성(?)이 있습니다.

마치 동물의 왕국에 나오는 미어캣들이 계속 끝까지 굴을 파는 것처럼 아들은 한 번 꽃힌 것이 있으면 밥먹는 것도 잊은 채 깊이 빠져듭니다.


수업시간에도 마찬가지입니다. 

한번 한가지 주제에 꽃힌 아이들은 매주, 몇달이나 똑같은 주제로 만듭니다.

예를 들어 요즘 유행하는 베이 블레이드는 어떤가요?

한번 반에서 팽이 만들기 열풍이 불면 몇주간 지속됩니다. 대부분 아이들은 중간에 질려서 그만두지만 몇몇 아이들은 몇개월, 또는 반년이나 팽이만 만듭니다.




오늘은 한 어머니께 수업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이 아이는 거의 반년동안이나 베이블레이드 주제에 꽃혀 있었습니다. 

매번 베이블레이드 신제품을 직접 글루건으로 만들어 보고 친구들과 경기를 하는 것에 삶의 기쁨(?)을 얻는 아이였습니다. 나중에는 무한베이 블레이드 경기장까지 만드는 등 아이의 열정은 계속 넓게 퍼져나갔습니다. 선생님입장에서는 아이가 똑같은 팽이가 아니라 매번 다른 형태, 새로운 재료로 시도하는 모습이 기특합니다.


다만 어머니의 입장은 조금 다릅니다.

대부분 어머님들은 아들이 한가지 주제에 푹 빠져 있으면,


‘이제 좀 다른거 하지...’


라는 생각을 할 것입니다. 어머니는 마치 자신이 아들의 창의성을 해치는 것 같아 함부로 선생님에게도 선뜻 말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어머니의 입장은 십분 이해합니다. 비싼 학원비를 내고 서 좀 더 다양한 결과물을 원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가끔 지인들을 통해 아이들에게 들어가는 교육비의 규모를 보면 놀랄 때가 많습니다. 교육비의 십분의 일이라도 자신에게 투자한다면 삶이 훨씬 윤택해질텐데 많은 것을 희생하시는 부모님들을 생각해 보면 숙연(?)해 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날 아이는 팽이를 만들지 않았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볼링장을 다녀온 경험을 살려 볼링장을 만들었습니다. 게다가 그동안 팽이를 만드느라 세밀해진 손으로 훨씬 재미있는 장치들을 만들었습니다. 



“어머?! 오늘은 다른걸 만들었네요?!”


“예. 오늘은 오자마자 볼링장을 만들고 싶어하더라구요. 그래서 어머니께서 한번 넌지시 팽이는 이제 그만 만들라고 하셨나 생각도 했지요ㅎ”


“아, 원래 이제 팽이는 그만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죠. 그런데 아들이 왜 마음대로 하지 못하게 하냐고 삐지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너 실컷 만들고 싶은거 만들어 라고 했죠.”


“신기하네요 @@. 전 또 어머니께서 아이에게 그만 만들라고 한 줄 알았죠”





“그러게요. 전 그냥 실컷 하라고 했는데, 오히려 반대로 행동하네요 ㅎㅎ”



이 때 머릿속에서 ‘열정 할인의 법칙’이 생각났습니다.


사회심리학자 켈리(Kelly)는 “자신의 자유의지로 시작한 행동 일지라도 누군가 하라고 명령하는 순간 자유의지가 꺾여버린다” 고 말한다. 이를 ‘내적 원인의 할인원리’라고 부른다. 내가 하려고 

했는데, 누군가 옆에서 부추기면 왠지 내가 시작한 것이 아닌 듯한 불쾌감이 드는 것이다.

-아들맘 육아 지침서 중-


어쩌면 아이도 속으로 이젠 다른걸 해봐야지 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어머니가 먼저 자신의 생각에 손을 대었을 때 화가 났을지도 모릅니다. 또는 엄마를 놀래켜줄 요량으로 속으로 품었던 자신만의 생각을 들켰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조금 과장해서 비유하면 사람이 어설프게 둥지 안의 새들에게 먹이를 주었다가 돌아온 어미새가 새끼들을 죽이는 것처럼 잘못해서 아들의 생각에 먼저 손을 대었을 때 아들은 화를 내기도 합니다.


무엇이 되었든간에 어머니는 또 지혜롭게 행동했습니다.

바로 아들에게 다시 자유를 준 것입니다. 


“너 실컷 해~!”


이 말에 아들은 다시 자유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의기 양양하게 전혀 다른 작품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가요?

친구의 생일을 위해 몰래 선물을 준비했는데 미리 들켜버렸을 때의 속상함,

스스로 행동을 고치려고 했는데 상대방이 먼저 지적을 했을 때,

모두 허탈감을 느끼고 심하면 분노를 느낄 것입니다.

왜냐면 자신의 자유의지를 무시했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때로는 자유를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쉽지 않지만 마음속에 좀 더 여유를 갖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이의 그릇 전체를 담을 수 있을 정도로 마음의 그릇을 커다랗게 만드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아들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남편에게, 배우자에게 지적보다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말 한마디를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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